2005년 4월 4일 월요일 새벽녘에 비가 내리더니 여전히 오락 가락...
아이들에게 우산을 들려 보냈다.
Balls Head 에서 바라다 보이는 시드니 시티 스카이 라인.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보니 오늘 하루 일정이 그 빗줄기 따라 오락가락한다.
수영을 하고 은행에 들러 일도 보고, 또 상황에 따라 옆집 엄마랑 골프 연습장엘 다녀오기로 했었는 데, 이렇게 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있으니 그만 이도 저도 다 그만두고 하루 종일 집에서 빈둥거리고 싶어진다.^^*
이 못말리는 게으름.ㅠ.ㅠ
아침에 전화 통화를 하다 남편은 "이런 날씨일수록 축 쳐져 있지 말고 툭 털고 나갔다 와야지.."한다.^^*
비가 내리고 있으니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작은 녀석에게는 스웨터를 더 입히고 큰 녀석에게도 반팔 내의를 더 입으라고 했더니만 대뜸 녀석의 입이 나온다.
"밖에 나가 봐. 지금 날씨가 어떤지.."
그제서야 흰색 반팔 상의를 교복 안에 껴 입는 녀석.
열 여섯살 큰 녀석과 열 세살 작은 녀석은 요즘 시도 때도 없이 투닥 거렸다가 히히 낙낙 거렸다가... 이제 이 엄마의 종이 호랑이같은 으름장은 별 소용이 없어 보인다.
요즘 두 아이들에게 자주 쓰는 말.
"제발...사이 좋게 지내라."^^*
아침만 해도 그렇다.
일어나서 씻고 옷 입고 나서 작은 녀석이 텔레비젼 앞 소파에 앉아 만화를 그리고 있으니, 그 모습을 본 큰 녀석이 한마디 한다.
"만화 그리지 말고 아침 먹을 준비해야지. 어서 우유도 꺼내고 해."
당연히 해야할 일임에도 명령조로 지시하는 형의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빠진 둘째는 왜 명령하느냐고 불만이 가득.ㅠ.ㅠ
결국 얼마 가지 못하고 또 히히덕 거릴거면서 늘 이렇게 삐걱거리는 둘 사이를 보고 있는 내 마음 역시 편치 않다.
그래서 하게 되는 잔소리.
아침에도 함께 집을 나서는 두 녀석 등에 대고 이렇게 일러 본다.
"사이좋게 잘 다녀와~~~!! 둘이 투닥거리는 거 보기 않좋다. 알았찌이~~?"^^*
.....
하루종일 빈둥거려 보겠다던 다짐은 그저 생각으로 끝났고...
옆집 엄마 전화를 해 와서는 오늘은 빨간날이니 수영은 못가겠고,
골프장에 공치러 가보잔다.
꼴랑 일주일에 한 번 코칭 받는 것 만으로는 언감생심 제대로 배운다는 것은 꿈도 못 꿀일이니 주중에 열심히 개인 연습을 해야 한다면서...
도대체 꿈쩍을 않는 나를 은근히 나무란다.
"기왕 하는 거 좀 열심히 해 봐~~!! 이게 진짜 좋은 기회라니까?"ㅎㅎㅎ
결국,
올림픽 골프 연습장에 가서 한 박스 공치기 를 하고 왔다.
보통은 작은 박스(공 60개)가 8불 50,
큰 박스(공 110개)가 14 불 씩 하는 데 월요일 부터 금요일 까지
오전시간에는 작은 박스가 6불 큰 박스가 10불이란다.
골프채도 없는 나는 골프채를 빌려야 했는 데
한 번 빌리는 데 2불 씩이라는 골프채는 마침 한국 아가씨가 일을 하고 있던터라 그냥 빌려 주겠다고 한다.
어이구... 고마우셔라^^*
오전시간임에도 연습장에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특히 남자들.
자기네들끼리 주고 받는 말들 속에 이곳 젊은 사람들의 현주소가 그대로 들어나 있다.
"어디 좋은 일 자리 좀 없어요? 아는 데 있으면 저한테도 좀 말 해 주세요"
-에구.. 좋은 일자리 있는 사람들이 이 아침 시간에 이곳에와서 공치기 하고 있겠냐...참....
제대로 교습도 받지 않았던지 제멋대로 폼으로 신나게 휘둘러 대고 있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괜시리 한숨이 나온다.
"저러다 몸 상하지....ㅠ.ㅠ"
Balls Head 를 끼고 도는 곳 Berrys Bay에서 보이는 하버 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
2005년 3월 30일.
지난 주에 이어 두 번째 골프 교습을 받는 날.
저녁 7시 30분 부터 시작이니 7시에 집에서 떠나기로 옆집 엄마랑 약속을 했다.
오늘은 또 큰 녀석이 농구를 하는 날이라 자칫 서로 길이 엇갈리지는 않을까 염려했었는 데 다행히 농구 시합이 5시에 있는 날이란다.
오늘 시합을 끝으로 이제 농구를 쉬겠단다.
그동안에는 함께 농구를 하는 한국 친구 엄마가 주로 픽업을 해 주곤 했었는 데 다음 학기에는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게 됐다고..
겸사 겸사 재미도 시들해 지고 했으니 그만 두겠다고 한다.
특별하게 하는 스포츠가 따로 없으니 계속하라고 하고 싶지만 시합이 조금 늦게 있는 날은 버스를 타고 오라고 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듯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에구... 이 엄마가 운전을 하면 이도 저도 해결이 되는 걸 , 이 무슨 조화속인지 도통 운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 원....참.. 한심한 엄마로다.ㅠ.ㅠ
마침 때 맞춰 집에 도착을 한 큰 아이에게 저녁을 채려 주고 함께 먹고 있으려니 옆집 엄마가 왔다.
"비가 내리는 것 같아서 그러니 조금 일찍 나가 봅시다."
일주일 동안 별다른 연습도 하지 않고 다시 찿아간 연습장.
귀엽게 생긴 선생님 Darius 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따라 한다고는 하는데..ㅋㅋ
워낙에 몸치 인 나는 내가 생각해도 참...몸이 안따라 주네...
이렇게 하면 잘못된 폼이고..어쩌고 저쩌고...
설명을 하면서 잘못된 스윙을 해보려고 애를 쓰시는 선생님.
그래도 공은 여지없이 똑바로 나가고 마는 통에 학생들의 웃음이 터지고.ㅎㅎ
하기사, 26년 경력의 선생님과 이제 이틀째인 우리 학생들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거지.^^*
한시간 반 동안의 레슨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간.
미니 골프장에 흩어져 있던 공을 바구니에 담아 돌아가려는선생님께 특별히 부탁을 해 봤다.
"이 공으로 연습 더 하고 난 뒤 돌려 드리면 안될까요?"
마음씨 좋은 선생님 흔쾌이 허락하시고,
옆집 엄마랑 함께 하나 가득들어 있던 공 바구니들고 다시 연습장으로.
10시 연습장 문이 닫힐때까지 열심히 휘둘렀다.
그리고......
아구구.....뻑적지근~~~.
다음날 만난 옆집 엄마.
"어저깨 너무 열심히 했는 가베.... 여기 저기 어찌나 아픈지 잠을 한숨도 못자 부렀당께?"ㅎㅎ
그러게 좋은 것도 과하면 오히려 부족함만 못하다니까?ㅎㅎ
2005년 4월 1일. 다시 기온이 30도로.. 덥다.
작은 아이가 켐프에서 돌아오기로 한 날.
그동안 내리 꾸물 거리거나 비가오거나 했던 날씨가 오늘에서야 활짝 개었다.
진작 이렇게 좋은 날씨였으면 얼마나 좋았을 꼬...
오랫만에 스케치 하러 가는 날.
지난 주는 굿 프라이 데이라 쉬었고,
그 전 주에는 픽업을 맡고 있는 헬가 에게 사정이 있어 쉬었었으니...
8시 30분경
집 앞에 나가 기다리고 있으려니 빅을 테운 차가 도착을 한다.
오늘 가는 곳은 Balls Head.
North Syeney Waverton 이란 곳에 위치한 이 곳은 시드니 하버 브릿지와 오패라 하우스등을 비록 시드니 시티의 스카이 라인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써 피크닉과 산책으로 그만인 그런 장소였다.
풍경화랍시고 그려본 기억이 거의 없는 나.
오늘도 그림 솜씨 형편없는 내 자신의 현주소만을 확인하고 왔다.
도대체 연습을 해야말이지...쩝.
그렇지만 행복했던 하루.
그림솜씨 형편없는 것은 내 실력이 고만하니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자연 풍광 멋진 곳에 자리잡고 앉아 안되는 그림일 지언정 끄적거려 볼 수 있다는 이 행운.^^*
바람이 시원한 그늘아래 앉아 한나절 그림을 그려 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
그저 지금의 이 시간을 즐기면 그 뿐.^^*
금요일 마다 집까지 픽업을 도와 주시는 고마운 헬가.
지난 번,
그림에 관한 잡지를 가져와 보여 주시겠다던 사이먼이 약속대로 잡지 세권을 들고 와 보여 주신다.
"가지고 갔다가 꼭 가지고 와야해. 내가 이 잡지들을 수집을 하고 있거든."
잡지를 들려 주시면서 신신당부 하시는 사이먼.^^*
"걱정 마세요. 다음 주에 꼭 다시 가지고 올께요."
아이들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 전혀 나들이가 부담스럽지 않다.
오늘도 집에 돌아 와 보니 2시 30분 경.
한시간이 더 지나고 나서야 두 아이들이 돌아 왔다.
"엄마..
켐프 가서 느낀 점.
역시나..집이 젤 좋다. 였어요."ㅎㅎㅎ
건강하게 별 탈없이 돌아온 둘째 녀석.
반갑다고 쪽쪽거리며 뽀뽀를 해 대는 즈그 어무이를 이리 저리 피하며 하는 말이다.
그래...
많이 컸네.
유치원 다닐 적에 켐프 따라 갔다가 엉뚱한 곳에 신경쓰느라 선생님들 고생시켰다고 ...^^* 느이 담당선생님께서
"어머니.. 이번 켐프에는 꼭 보내주시지 않아도 좋으니...
다음 번에 켐프 보내 주셔도 되요...했었던 너 아니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