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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ry 타고 Manly Beach 로(2)

justina60 2005. 3. 30. 15:36

2005년 3월 24일  Good Friday.

 

 

남편은 부활절 연휴를 염두에 두고 온 것도 아닌데 공교롭게도 이곳에서 함께 부활절 연휴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곳 사람들이야 부활절이라면 크리스마스와 함께  큰 축일 중 하나이고 보니,

너도 나도 다들 어디론가 떠나느라 부산하다.

 

마침 우리동네에 페리 선착장이 있어 편리함에 있어서도 그만이고

무엇보다 온 가족이 함께 어딘가 떠난다는 게 마냥 좋기만 한데..

노는 날이라고 아이들이 좀체 일어나려 하지 않는 다.

 

일단 페리를 타려고 시간을 알아 보니 첫 출발 시간은 오전 10시.

거의 매시간 간격으로 배가 출발하고 있었다.

부랴 부랴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 챙겨 먹이고 혹시나... 나가서 먹을 게 마땅치 않으면

어쩌나 하는 기우에 옥수수도 삶고, 달걀도 삶고...(에구.. 소풍가냐..왠 난리 법석이었나 몰라)

정작 나는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집을 나서는 데 아무래도 시간이 빡빡하다.

이크~. 늦겠다. 

혹시나.. 옆집 아줌마에게 부탁을 해 볼까 하는 생각으로  지나가는 길에 슬쩍 돌아 보니 차고에 이미 아들내미가 나와 있다.

 

오늘 어디 갈 거라고...

에휴~ 글렀구나. 일딴 서둘러 가봐야 겠다..싶어 부지런히 걷다가 뛰다가.

남편과 두 아이는 이 어무이 서두르는 폼이 영 마뜩찮은 모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 혼자라도 먼저 가서 표를 끊어 놓으리.

 

부지런히 앞서 가는 데 갑자기 옆에서 빵빵 거린다.

 

"워딜 그렇게 바삐가~~"

 

옴마야...옆집 아지매.  옆집 엄마네 애들이 친구 생일 잔치에 갈 일이 있어 바래다 주는 중이라고.

애들은 그냥 걸어 갈 수도 있으니 차를 타란다.

 

휴~~.. 살았구나.  멀찍이 걸어 오고 있던 애들과 남편을 손짓해 불렀더니만

아뿔싸. 남편은 이미  화가 나 있다.

 

"놀러 가는 길이라며 배 시간 늦겠으면 다음 배 타면 되는 거고.... 뭘 그렇게 서둘러 동동거리냐.."하네.ㅠ.ㅠ

 

어쨋거나 옆집 엄마 덕분에 늦지 않게 도착해서 표를 사려고 하는 데 어디에도 표 파는 곳이 보이지 않는 다.

어디에서 표를 살 수 있어요? 하고 물어 보니 배를 타고 가다가 배 안에서 표를 판다며 일단 배를 타란다.

배를 타고도 잠시 기다렸다가 출발.

옆집 엄마 아니었으면 영낙없이 늦었겠다. 휴~~^^*

 


 

파라마타 강변의 페리 선착장.  우리 집에서 도보로 약 25분 가량.

 

 

 

남편이 오기 전까지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날씨가 영 엉망이었었는 데, 걱정했던 것과 달리 날씨는 괜찮았다.

 

늘 가까이 살면서 페리를 타보기는 처음.

넓지 않은 강 폭을 따라 50분을 타고 가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 서큘라키에 도착을 한단다. 그 다음에 다시 맨리가는 페리로 갈아 타는 것이고....

그나 저나...

오랫만의 가족 외출에 강 바람 맞으며 좋아라 싱글거리는 이는 속 없는 이 어무이 뿐.

두 아들 녀석은 물론이거니와 젊잖다 못해 무뚝뚝의 대명사 같은(오직 마누라에게 있어서만..ㅠ.ㅠ) 우리 남편은 말 할 것도 없이 조용~~~~.

그러거나 말거나  강바람 맞으며 이쪽 저쪽 구경하느라 바쁜데 표를 파는 아가씨가 묻는 다.

누구 표 사고 싶은 사람?

 

맨리를 가고자 하는 것이니 맨리 행 왕복 표를 사면 그만이겠지만

오늘은 일단 하루 종일 페리며 기차 버스등 아무 교통수단이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일일 자유 이용권을 사기로 했다.

어른은 15불 아이들은 7불 50.

그렇지만 가족일 경우 두아이중 한 명만 지불하면 되는 시스템이라 37불 50만 지불했다.

 

  (가족이란 어른 둘, 아이둘이 기본인데 그 중 한 아이만 표 값을 받는다.)

 일단 서큘라키 까지의 왕복 요금만 해도 8불 가량 되고 보니 하루 종일 자유롭게 이것 저것 탈 수 있는 이 티켓이 훨씬 경제적이 라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것.

 

50분 동안 타고 가는 동안 보여지는 풍경들도 멋지고,

무엇보다 이렇게 가족이 함께 외출을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데,

 

역시 무엇을 보고 어디를 가는 가 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지만 누구와 함께 가는 가 하는 것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봤다.

 


 



누구의 집인지... 집과 선착장이 있는 그대로 작품이었다.


 

서큘라키에 도착을 해서 맨리로 갈 거라 하니 3번 Wharf 로 가서 갈아 타라고 한다.

 

우리가 타고 도착 했던 곳은  5번 Wharf.

일단 배에서 내려 3번으로 옮겨 가려고 보니 지난 번에 원주민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공연을 벌였던 바로 그 자리를 이번에는 온 몸에 금박칠을 한 인간 동상이 차지하고 있었다.

 



거 참 희안타~~~!!

 

맨리로 떠날 배 시간이 촉박해 자리를 뜨고 말았지만 삐빅 거리며 움직이는 동작이 얼마나 기계적인지 신기한 마음에 자꾸 돌아 보았다.

 

맨리로 떠나는 뱃머리에는 양쪽으로 줄이 이어져 있었는 데 맨리로 떠나는 쪽과 달리 다른 쪽에는 젊은 베낭 족들을 비록해서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도데체 어딜 가려는 줄일꼬?

 

나중에 알고보니  그 줄은 Cockatoo Island  로 떠나는 줄이었다.

그 섬은 140년 만인지... 하여간 100년 이 넘게 출입 금지 구역이 되어 있었고 지난 9년 동안에는 경비까지 삼엄하게 출입 통제를 했었는 데 드디어  오늘, 처음 출입을 허락하는 그런 날이었다고...

초기에 죄수들을 가두어 두고 가혹하게 처벌하였던 곳이라는데, 예를 들면 바위들 사이에 죄수를 묶어 놓고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내 맡기게 하고서는 물고기며 새들에게 먹이로 제공했다나 뭐래나....ㅠ.ㅠ

하여간 시드니 하버의  Beat-Kept Secret 라며 신문에서 표현하는 걸 보니

,Good Friday  를 맞아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는 그곳을 향한 발걸음들이 그리도 많았음을 나중에야 알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기사 우리네 역사도 아니고 이곳의 역사를 그리 소상히 알지 못할 바에야 여늬 섬이나 뭐 다를 게 있겠나. 싶기도 하다.

그나저나

우리도 그 자리 가까이 있었으니 한 번 가볼수 있었는 데..에구.. 그러길레 정보가 중요한 게지..

 

맨리로 가는 페리는 우리동네를 오가는 페리보다 훨씬 컸다.

남편과 아이들은 가운데 좌석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나는 바깥 풍경이 보이는 창가에 아 간간히 사진도 찍어 보고 앞자리에 앉아 계신 노 부부와 얘기도 나누고...

 


 

아들레이드에서 시드니에 올 때 마다 이렇게 페리를 타고 맨리를 다녀가신다는 두 노 부부는 한국과 일본에서 온 단기 어학 연수생들과의 인연이 있어 한국에 대해 익숙한 모양이었다.

날 더러 서울, 인천, 부산 중 어느 도시에서 왔느냐고..ㅎㅎㅎ

함께 지냈던 일본 유학생 중에는 결혼을 하고 남편과 함께 자신들을 방문하기 위해 휴가를 얻어 오는 친구들도 있다며 은근한 자랑을 하셨다.

즐겁게 얘기 나누다 보니 어느새 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