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정말 오랫만에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고 왔어요.
지난 번 '양덕원 이야기'때 그토록 보고 싶었었는데, 기회가 닿지를 않아 놓쳐버리고..
이번에는
용케 다녀올 수 있었지요.
워낙 유명한 극단이라 아무리 바쁜 일정이라도 무조건 가 보리라..ㅎㅎㅎ
썽난 마고자...
어르신들이 한복위에 걸쳐 입은 마고자.
그 마고자를 즐겨 입으시던 어르신 들이 썽~ 나셨답니다.
그래서,
썽난 마고자...
글쎄... 왜 어르신들이 썽이 나셨을까요?
혜화 역 2번 출구에서 연극친구^^를 만나 함께 아트원 씨어터로 향했는데,
자리를 배정 받아 들고 5층으로 올라 갔더니 마침 입장 가능시간이라 문을 열어 주시더라구요.
일등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으려니
70년대 스타일로 뽀마드를 반지르르 ~~ 바르신 까만 정장 아자씨들이 안내를 하십니다.^^
일단,
극장 배열이 심상치 않더라구요.
일반적으로 무대를 앞에두고 쭈르르르~~ 앉는게 정석인데
그곳은 무대를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자리 배정이 되어 있는 것이....아주 신선했습니다.
기념사진을 찍는데, 노인복장을 하신 분들이 어슬렁 어슬렁...뒷짐을 지고 나타 나셔서는
친근하게 말을 붙여 오시는데... 알고 보니 주인공들이셨어요.ㅎㅎㅎ
해서, 극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우리는 연극의 주인공? 아닌 조연이 되어 있었던 거에요.^^
그러니까.
우리는 파고다 공원에 나와 할아버지 들 틈에서 나눠 주시는 새우깡 받아 먹는 비둘기도 되었다가,
소일 거리 없어 이른 아침,
무임승차권 받아 들고 천안에서 인천에서 그렇게들 전철을 타고 모여들었다가
저녁 어스름 해 질녘이면 다시 전철을 타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이름 없는 노인들이었던 겁니다.
연극은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우리 자석 뒷편에 마치 혼자 연극을 보러 온 관객인양 앉아 있던 그 청년은
이 극을 이끌어 나가는 극 중의 30대 작가 선생님이었어요.ㅎㅎㅎ
바로 이렇게...
자연스럽게 파고다 공원 한 켠 벤치에 앉아서 우리 노인네들을 바라보며 연극 구상을 하고 있던 청년.ㅋㅋ
그 청년의 오랜?여자친구가 찿아오고,
청년은 서른이 넘은 그 여자 친구에게 이번에는 확실하게 대박을 낼 거라는
새로운 연극에 대해 이러 저러한 내용이라며 .... 얘기를 꺼내는 거지요.
디자인 서울인지 뭔지....
헌것은 모조리 부수고 감추고...
마치
요즘 성형미인이 최고 미인인양 너도 나도 성형중독에 빠져드는 것처럼
도시 전체를 성형수술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서울 시장,
그리고,
그 서울 한 복판
파고다 공원에 모여 오랫동안 서로 소통하고 살아가던 노인들은 설자리를 잃어가는데....
파고다 공원에 나와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의 영원한 공주이자 에너자이저이신 최여사(공상아씨)
여자끼리 궁상 맞게 연극 구경 왔느냐며..
연극 마치고 나면 물 좋은 콜라택 구경시켜주시겠다고 은근히 공수표 난발 하시더라..ㅎㅎㅎ
두시간 가까이 관객들과 함께 공연을 이끌어 가시는 연기자들의 연기가
얼마나 감칠맛 나던지...
박장대소 하느라
손바닥은 얼얼하고
목안은 칼칼~~ 한데....
아하~~!!
그래서, 극이 시작되기 전에 영감님께서 사탕을 나눠 주셨던 게로구나...ㅋㅋㅋ
앞자리에 앉은 덕에
새우깡도 얻어 먹고, 사탕에 막걸리까지 얻어 마시니
일석 3조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그런 무대였답니다.
'너희도 한 번 늙어봐~
너희는 안 늙을 줄 알어?' 이 영감님(송재룡씨)의 외침이 어찌나 공허하게 들리던지...ㅠㅠ
문득,
나 또한 멀지 않아 저렇게 공허한 외침을 외쳐대고 있지는 않을까..ㅡ.ㅡ;;
알싸한 슬픔이 밀려와 자칫 눈물 흘릴 뻔 했습니다.
새 것만 좋아하는 더러운 세상.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지어 내서 반지르르 ~ 빚 좋은 개살구 같은 그런세상보다는
오랜 역사와 전통... 그 안에서 우러나는 곰 삭은 향기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보존할 줄 아는 그런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봤어요.
실컷 웃고
또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
정말 좋은 공연이었답니다.
누구에게나 한 번 보라고 권해 주고 싶은 공연.
강. 추~!!^^
연기자 분들 모두~!!
아낌없는 박수 보내 드립니다. 화이팅~~!!^^
사족:
극 중에서 60년대 라디오를 주름잡던,
장소팔, 고춘자씨의 만담이 나오는데, 나이든 사람이 아니면 그 해학을 미쳐 이해할 수 없는거
같아 조금 안타까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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