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ina60 2011. 12. 29. 20:22

 

둥가엄마가 크리스마스 카드와 함께 보내준 연극표. 경로당 폰팅사건*

한동안 연극에 미쳐 보러 다닐때와 달리 요즘은 그저 집안에서 오락 가락 보내는게 더 좋아서 갈까 말까 망설였던 연극.

이선생과 함께 가는 길이라 그래도 기회 있을 때 가보자..하고 나선 길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저녁 5시 50분쯤 집을 나서는데 진눈깨비가 내리고 날씨가 영...아니올씨다.ㅠㅠ

그래도 약속했던 터라 601번 버스를 타고 혜화동으로 향했다.

물어 물어 찿아가 보니

예전에 큰 아들과 함께 연극을 본 적이 있던 바로 그 곳.

다른 공연장과 달리 찿기가 참 애매했던 곳이 아닌가..

미리 와 있던 이선생님 만나서 표를 받고 (1등이라 맨 앞 줄 가운데 자릴 받았다.^^)

저녁을 먹은 뒤

공연장으로 향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 벽에는 오늘 공연자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보러 갈 때는 무심코....

보고 나서는 유심히 보게된 그런 얼굴들....ㅎㅎ

 

노년에 경로당에 모여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어른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 사회의 자화상도 들여다보고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고나... 동질감도 느껴볼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이었다.

 

아파트 부녀회에서는

노인들을 위해 경로당의 전화 요금을 대납해주기로 했는데,

갑자기 270여만원이나 날라온 전화 요금 때문에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믹 이야기.

실컷 웃고 있지만

마음한켠이 아릿~ 해져오는 그런 감동도 있었던 시간.

 

폰팅이야기 때문에

19세 이상이라 한 것 같은데, 그런대로 수위조절이 되었기에

시종일관 박장대소...

오랫만에 정말 시원하게 잘 웃고 나왔다.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가 아닌

황혼을 바라보는 어르신들의 이야기 속에서 현재 나의 모습과 곧 다가올 나의 미래에대한

생각도 함께 해 볼 수 있는 시간이라 참 좋은 시간이었다.

 

사족:

연극을 시작하기 전,

간단한 퀴즈를 내겠다던 수다쟁이 할머니의 말씀이 끝나고나서 이런 맨트가 흘러 나왔다.

The number you have called could not be connected. please check the number and try again.

 

뭐라한겨?

 

옆에 앉아있던 이선생님이 내 옆구릴 쿡쿡...^^ 손 들고 대답해서 작은 선물도 받아 왔다.

쭈굴한 얼굴에 펴 발라 주라고 '영양 크림'을?ㅎㅎㅎ

 

 극 중 내리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 시켰던 능글 할머니 역의 김지민님,-감칠맛 나는 연기가 짱.^^

목소리가 너무 이뻐서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폰팅계의 최 고수라나?ㅎㅎ

퀴즈 문제 내셨던 버럭할머니역에 송숙희님- 미국간 아들의 전화 번호로 계속 전화를 하는데, 들려오는 맨트는 'The number~~....'

구수한 사투리에 실감나는 연기가 일품이었다.

 뒷북할머니역에 진영은. -능청스런 연기가 압권^^ 손짓이 정말 이뻤다.

불량 할아버지역에 이 재섭 - 폼생폼사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할아버지.

 목소리가 참으로 카랑카랑 ... 야무진 부녀회장 역에 박은미님.

전직 교장 선생님으로 뭔지 모를 비밀을 안고 경로당에 새로 들어온 신입 할아버지 정래석님.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택배 총각, 춤선생 역에 최재영님.-무지무지한 전화 요금이 나오게 한 주범.^^

 

연기도 잘하고

짜임새도 좋았고...

2011년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 국내 초청작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