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마지막 저녁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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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 |
의사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떻하시겠어요? 집으로, 아니면 호스피스로 가시겠어요?
"살고 싶어요!" 다른 어떤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본분 중에서-
"마지막 식사, 당신은 어떤 음식을 먹겠습니까?"
간결하고도 단호한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에도,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나는 쉽게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독일 함브르크의 어느 호스피스,
그 곳 요리사 루프레히트 슈미트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인정 받는 수석 요리사였지만
채워지지 않는 인생의 허기 때문에 이 호스피스를 찿아 온지 11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
(이 책에서는 환자들을 '환자'라 부르지 않고 '입주자'라 부르고 있다. 이 얼마나 놀라운 배려인가.... )
그가 만든 음식은 단순한 음식이라기보다는 딸과 엄마가 미쳐 표현하지 못했던 애정이기도 하고,
상대방을 먼저 떠나 보내야 하는 부부의 애틋한 추억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식사를 어떤 음식을 원하게 될 것인가....
사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최고급 음식을 원할 거 같지만,
죽음을 앞둔 이들은 무엇보다 개인적인 추억이 얽힌 음식을 원한다.
그 맛을 그리도 잊을 수 없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추억과 기억이기 때문이다.
-맛있는 냄새를 맡으면 건강하고 평화로웠던 과거의어느날이 생각나요.
행복했던 그 날로 돌아간 것 처럼.-
-먹고 싶은 음식 한 술이 삶에 대한 소망을 일 깨울 수도 있다.-
-본문 중에서-
아무리 최고급 요리사라 할 지라도
그들의 오랜 습관과 각기 다른 취향에 덧붙여 특별한 추억과 기억이 함께 버무려진
고유한 그들만의 음식맛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일 것이다.
그런데,
그 음식이 그들에게 마지막 음식이 될 수도 있다면....
어느 요리사인들 그 일을 기쁘게 해낸다는 것은 힘들 수 밖에 없을 터인데,
이 호스피스 요리사는 입주자들에게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항상 연구하고 노력한다.
비록 그렇게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입주자가 먹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 지라도....
그동안 호스피스 에 관한 책들은 여러번 읽어봤었다.
주로 간병인이라든가 의사라든가...
병원에서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
그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일들과
관계속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화해들...그리고 용서.
이 책은
그 어떤 책들과 달랐다.
음식이라니... 호스피스에 요리사라니...
그러나, 작가는 이렇게 얘기한다.
"마지막 만찬을 준비하는 요리사와 그가 만난 이곳 사람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으면서
먹는다는게 삶의 증거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열심히 땀 흘리고 난 후에 배고픔을 느끼고,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침이 고이고 , 눈앞에 가득 차려진 진수성찬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맛을 보는 것, 이렇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식욕을 채울 만큼 양껏 먹을 수 있는 것, 이 모든 게 당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라고....
이 책은 모두 열 한개의 에피소드로 채워져 있다.
하나, 하나 에피소드 속에는 우리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지혜가 담겨있다.
차마 그 어느 하나도 흘려 버릴 수 없는 귀한 인생 철학들...
이 책 한권속에는 환자들의 마지막 식사가 아닌
우리 모두의 삶을 어떻게 요리 해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레시피가 들어있다.
군데 군데,
꼭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팁까지..친절한 부연설명도 아끼지 않으면서.......
마음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책을 건네면서 읽어보라...권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영원히 안녕.....
사랑하고 있을 때 이 말처럼 무서운 말이 없다.
인생을 통해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세상의 어느 누구도
내일을 기약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간이란 한번 지나가버리고 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선물과도 같다.
-본문 중에서-
읽고 또 읽고...
푹 곰삭은 김장김치처럼 버릴 것 하나 없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두고 두고 읽어 보고 싶은 책.
바로
'내 생의 마지막 저녁식사' 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