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Drawings

독서(1996년 10월 16일)

justina60 2008. 7. 4. 12:31

 

 

1996년 10월 15일이면 화요일이라 휴일도 아니었는데,

아마...

늦은 휴가를 갔었나 보다.

원주 치악산 부근 코레스코 콘도 라고 가계부에 기록이 되어 있는 걸 보니,

가을 맞이 단풍구경이라도 하고 싶었을 게다.

 

 

사전 기초 지식도 없이 무작정 누군가 방을 잡아 줬다길레 떠났던 여행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자가용도 없었던 시절이었으니 기차를 탔었나..버스를 탔었나....

원주 코레스코 콘도라는 델 도착을 하고 보니

산허리 중간 쯤 떡하니 콘도라 이름지어진 건물이 덜렁 놓여 있을 뿐.

뭘 하든 차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할 지경인데, 정작 중요한 차가 없었으니....참으로 난감할 밖에.

 

만 6살 짜리 큰 아들과.

만 세돌이 지난 작은 아들.

두 아들을 데리고 산에 오르기도 뭐하고....

차를 타고 나가야만 누릴 수 있는 놀이 동산을 이용하기도 그렇고....

그저 콘도 안에서 하루 푹~~쉬었다 나왔던 기억.

 

그 콘도 아랫쪽, 자갈이 많이 깔려 있던 그 평평한 운동장 같은 곳에서 작은 아들, 큰아들

총 싸움한다고 뛰어 다녔던 기억밖에 없었던 여행길이었는데,

 

다음 날,

짐을 싸들고 원주 시내로 나가기위해

오가는 차들도 없고,

시외 버스 시간표마져 붙여 있지 않은 외진 곳

흙먼지 날리는 그 산골 버스 정거장에서 아이들과 까꿍놀이를 하며 언제 올지도 모를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가용 한대가 쓰윽 우리를 지나가다가 문득 멈춰서더니만

누군가 차에서 내려 남편을 불렀다.^^*

 

마침,

남편 회사 직원으로 원주 지점에 근무를 하고 계시던 어떤 분이 남편을 알아 보고 차를 멈추신 것이었다.

어째 이럴 수가.ㅎㅎㅎ

 

두 아이들과 하릴 없이 언제 올리도 모를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우리들

구세주를 만난 것 마냥 기뻐 하며 그 직원 차에 올라 탔는데,

그 직원, 이게 어찌된 우연이냐며,

맛난 점심을 사주고 나서는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는 우리 남편 그냥 보내기 섭섭하다며 잘 아시는 분이 운영하신다는

배밭으로 우릴 데려 가셨더랬다.

10월 중순이라 상품성 있는 배 들은 벌써 시장으로 팔려 나가고,

모양새는 좀 그렇다 하더라도 달콤한 꿀물이 주르를 흘러 내리던,

과수원에 떨어져 있던 그 배들을 마음껏 담아 가라 하셔서 한 보따리 싸들고 돌아 왓던 기억.

 

치악산 간다고 떠났다가 치악산 언저리 구경만 하고 그냥 밋밋하게 돌아올 뻔 했던 여행이었는데,

그나마 우연히 만나게 된 그 직원 덕분에 보람있는 (^^*) 여행이 되었노라 다행스러워 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

그런 여행길이었다.

 

그 돌아오는 길목에서

중간에 휴계소 같은 곳에서 쉬는 중이었던것 같다.

늘상 책을 가까이 하는 남편,

시도 때도 없이 시간 날때 마다 책을 읽곤 했었는 데,

그 때 남편이 읽고 있던 그 책을 이제 막 세돌을 넘겼던 우리 둘째 아들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펼쳐 놓고 연구^^* 중인 걸,

그 모양새가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찍어 두었었다.

 

우연히 얼마전에 사진을 정리하다가 그 사진을 발견하고

그림으로 한 번 그려내 봤다.

시작 한지는 한참.... 올 초였나...

그렇지만 곧 비자 문제니 집 문제니 머리가 복잡해서 그냥 내 쳐 두었다가

그 뒤로는 또 인터넷 중독 때문에 돌아볼 겨를이 없었더랬다.ㅠ.ㅠ

흐이고.. 이 게으름...

마침내. 어사또 형부가 사진 한 장을 들고와 그림 부탁을 하시는 바람에

숙제를 하려고 보니 아들 내미 그림이 울고 있는 거라.ㅎㅎㅎ

요 며칠 좀 손을 봐서 거진 마무리를 해 봤으니,

 

천방지축 어디로 튈 까...늘 노심초사 하게 만들었던 우리집 둘째.

그 이쁜 녀석이 사진속에서 그림으로 되 살아나

우리 부부를  행복하게 해 주고 있다.

 

 

 도데체 뭘 보고 있던 것일까?^^*

볼수록 웃음이 터져 나오는 이 사진 한장에서  십여년 전 그 행복했던 날의 기억을 끄집어 내 놓고 슬그머니 웃음 짓는다.

이 귀여운 녀석은 도데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ㅎㅎㅎ

 

 

혹시..

손 보고 싶은 곳이 더 있을 수도 있다..싶어 아직 도장(사인)을 찍지 않았다.^^*

 

 

2008년 7월 4일 오늘은

7년전 우리가 호주에서 영구히 살겠다고 이사짐 꾸려서 시드니 킹스스미스 국제 공항에 도착을 했던 날이다.

 

미국에서야 독립 기념일이라고 거창하게 기념일을 챙기고 있을테지만,

우리야 뭐 마음속으로

그랬었었지....하고 마는 것이라.ㅎㅎㅎㅎ

오늘을 끝으로 아이들이 학교 방학을 하게 된다고.

어제부로 시험이 끝난 작은 아들은 오늘 부터 학교를 가지 않는데,

친구들하고 영화를 보러 가겠다고 조금 전 12시 20분쯤 집을 나섰고,

아침에 변함없이 학교 간다고 집을 나섰던 큰 아들은

방과후에 친구들과 함께 어떤 친구네 집 파티가 있어 갔다 오겠노라고.... 늦게나 집에 돌아올 예정이란다.

차가 없으니 친구들과 놀다가도 집에 돌아올 버스 시간을 살펴야하고,

그마져 누구에겐가 버스 정거장까지 태워다 달라는 부탁을 해야하기에

놀 자유도 없다고 은근슬쩍 투정을 늘어 놓더구만....쩝...ㅡ.ㅡ

 

아침에는 말짱하던 하늘이 급기야 어둑해지더니만 비가 줄줄 내리기 시작하네.

오마야...

둘 다 우산 없이 나갔었는데 비는 안 맞을까나...

혼자 남은 즈그 어무이 괜시리 해봐야 쓸데 없는 걱정을 사서 하고 앉아 있다.

 

지들은 알아서 잘만 크고 있고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