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2005 년 1월 22일 작년 오늘은 눈이 많이 내렸었는 데 올해는 도통 내릴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눈 다운 눈을 보지 못하고 가야할 모양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예정 되었던 만남이었을 수도...
아니면 정말 우연한 만남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서로 만났다는 것.
어찌보면 우연한 것 처럼 보이는 그 만남 역시 이미 오래전에 예정된 만남일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요 며칠 계속 이어지는 만남으로 바빴다.
수요일에는 연신내 시절 함께 그림을 그렸던 박선생님을 만났었다.
연세가 많으셔서 녹내장 증상으로 운전대를 놓으시고, 그림마져 손을 놓으셨다는 박선생님.
연신내까지 나가 보는 일이 쉽지 않아 전화 연락만 했었는 데,
직접 이곳으로 오시겠다고 하셔서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사 주셨다.
아이들에게 좋은 말씀과 함께
크로키 한 점 달라고 했는 데 소식이 없느냐고 우스개마냥 은근한 압력을 주신다.^^*
내년에는 크로키 들고 만나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노라 약속을 드리기는 했는데 이 게으른 아지매 과연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까나?
저녁에는 남편과 함께 모처럼 데이트.
올 한 해를 어떻게 가꿔 나갈 것인가에 대해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었다.
목요일.
대학 친구들과의 예정된 만남을 뒤로 미루고서
오전 11시 30분, 선능역 5번 출구에서 티나님을 만나기로 했다.
중계동에서 강남까지 한 걸음에 달려 온 티나.
아니, 독일에서 서울까지라고 해야하겠구나.
약간 이른 시간 5번출구 앞에서 티나님을 기다리는 시간.
호기심, 설레임 가득안고 출구에서 쏱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지켜 보았다.
어떤 모습일까?^^*
젋은 여자들의 모습이 보이면, 혹시나??
이 사람은 이래서 아닐거야... 저사람은 저래서 아니겠지....
기다리는 몇 분동안 추위 따위는 내 안중에 없었다.
드디어 아담하고 똘망하게 보이는 젊은 아가씨가 환한 얼굴로 나를 향해 미소 짓는다.
아하~~~. 티나님이로구나.
세례명이 같다는 인연으로 칼럼에서 만나 이렇게 현실속 만남으로 이어진 인연.
동네 '김밥 나라'에서 함께 점심을 먹고, 근처 커피샵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어지는 정다운 수다.
나이를 초월하고 환경을 초월하고..
그저 두 사람의 '티나'로서의 만남은 시간의 흐름을 잊고 있었다.
그렇지만
만남은 언제나 헤어짐을 동반하는 것.
오후에 사장님 내외와 함께 신년음악회 참석할 약속이 되어 있었기에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지려는 데 티나님이 불쑥 선물을 내민다.
아니~~?
독일에서 부터 나를 만날 생각으로 사왔다는 '크림과 영양제'ㅠ.ㅠ
포장지에 이름까지 쓰여있다.
에구머니나....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나온 내가 너무 부끄럽기만 하네.
사실은 나 역시 뭔가 주고 싶었었는 데....
호주에서 들고 왔던 선물들은 그동안 이런 저런 이유들로 내 손을 떠나버렸고...
혹시나...해서 들고 나왔던 작은 스케치북.
섭섭한 마음 그냥 돌아 설 수 없어 간단한 얼굴 스케치를 선물했다.
주절대며 손따로 입따로 머리따로 그려낸 것이어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그래도 활짝 웃으며 좋아한다.
"이거 액자해 놔야 겠네...^^*'
내친김에 커피샵 아가씨에게 부탁해 기념사진도 함께 찍고....
우리 또 언제 만날 수 있을 까?
살아 있는 동안 또 이렇게 마음만 이어진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이제 3년의 유학기간을 잘 보낸다면 우리나라에 돌아와 멋진 의사선생님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티나님.
이쁜 티나~ 화이팅~~~!!
저녁에는 사장님 내외 분과 함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에서 열리는 신년 음악회에 다녀왔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유상무 아내(?)를 위한 특별한 초대 였다고나 할까?
애초에는 함께 만나 저녁을 먹고 음악회에 다녀올 예정이었건만
사장님 신상에 관한 중요한 미팅이 있으셔서 그만 각자 저녁해결후 만나기로 했는 데...
결과가 실망스러웠던 까닭에 걱정 근심으로 얼룩진 음악회가 되고 말았다.
결국, 앙코르 공연도 듣지 못하고 미리 빠져나와 남자들은 긴급회의(?)하러 가야 한다고 사모님과 나만 집으로 돌아 가란다.
모처럼 우리의 데이트를 망칠 수 없지 않느냐며 사모님은 은근히 사장님을 말리시는 데 내가 그 입장이었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에구..
내가 어떻게 도와 드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마음만 안타까웠던 시간이었다.
덕분에 난생처음 근사한 차를 타고 기사 아저씨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남편은 다음날 새벽 6시가 다 되서야 돌아왔다.
그리고 금요일.
어제는 부천에서 비디오샵을 운영하시는 쉴즈님을 만나고 돌아 왔다.
지난 춘천행 이후 요조님과 함께 만날 시간을 마련하시겠다고 하셨는 데 요조님 감기가 길어지는 관계로 약속이 무산되자,
쉴즈님께서 그냥 댁으로 오라하신다.
신도림에서 부천행 전철을 타려고 하는 데, 도통 복잡해 보이는 게 어리둥절하다.
마침 옆에서 전철을 기다리는 듯 서있는 아가씨를 붙들고 물어서 다행히 급행열차를 타기는 했는 데...
초행길임에도 넋을 잃고 신문읽기에 몰두해 내릴 곳도 내몰라라...하고 있는 나를 그 아가씨 불러 일깨운다.
"아줌마...부천역이에요."^^*
에구... 그만 놓칠뻔 했네?
역에 내려 전화를 하니 쉴즈님이 데릴러 오시겠다고 꼼짝 말고 서 있으란다.
기다리는 동안
근처 던컨 도터츠에 들러 도너츠 몇 개를 샀다.
쉴즈님이 제일 좋아 하시는 간식이라고...ㅋㅋ
고객 분 중 누군가가 주셨다는 자동차.
일단 달리는 데는 이상이 없으니 그이상 바랄 게 없다.
드디어 비디오 샵에 도착.
아이들이 좋아 할 만한 비디오와 내가 보고 싶은 비디오.
그 어느것이든 좋으니 골라보라 하신다.
뭘 고를까... 망설이는 내 옆에서 이것도 좋아..저것도 좋아.... 마구 골라 놓으시니...
에구... 한 보따리다.
가게 윗층 살림 집에 들러 함께 점심을 먹었다.
나가서 사 주시겠다는 데, 뭘 먹든 그게 중요하나요? 김치에 밥 만으로도 함께 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지요.^^*
왕년에 가정선생님 이셨다는 쉴즈님.
주섬 주섬 냉장고에 있던 재료로 된장국을 끓여 내시고,
그렇게 맛나게 점심을 먹었다.
글 속에서도 물론이거니와 실제로도 편안하신 쉴즈님.
여러 모로 나와 비슷하시니 언제 만나도 부담이 없으신데..
시계를 보니 벌써 4시가 넘어 간다.
이크....
어서 가서 애들 밥 해 줘야지.
군 고구마에 비디오 테잎까지..
친정 다녀가는 도둑 딸년 처럼 ^^*보따리 보따리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역까지 차로 데려다 주시겠다고.. 마침 저녁거리 장도 볼겸 같이 이 마트에 들러 각자 시장을 보고(^^*) 그렇게 헤어졌다.
가볍게 입고 나오신 쉴즈님 목에 걸어 드렸던 내 목도리.
다음 겨울에 다시 나와 찿으러 갈께요.
하여간 넉살 좋은 이 아지매 오지랍도 넓지....^^*